
국내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에서 은(銀)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하루 만에 약 60% 급락하며 투자자 충격이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으로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ETN B’가 2월 2일(한국시간) 하루에 60.00% 하락 마감했고, 유사 레버리지 상품들도 동반 급락했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해외 선물시장이다. 1월 30일(현지시간) COMEX에서 은 선물이 전일 대비 약 31% 급락해(장중 낙폭은 더 확대) 시장을 흔들었다. 1980년대 이후 보기 드문 급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은 가격이 이렇게 무너지자, 국내에서 은 선물을 추종하는 ETN·ETF는 구조적으로 ‘레버리지 손실 확대’ 구간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2배 레버리지형은 기초자산이 크게 흔들릴 때 하루 손실이 급격히 커진다.

시장에서는 원인을 크게 세 갈래로 본다.
미국 차기 연준 의장 인선 이슈가 촉발점이 됐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Kevin Warsh 관련 소식이 전해지며 “통화 완화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쪽으로 기대가 이동했고, 달러·금리 변수에 민감한 귀금속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격이 급락하면 추가 증거금을 넣으라는 마진콜이 발생하고, 이를 감당 못 하면 강제 청산이 쏟아지면서 하락을 더 키운다. 실제로 급락 구간에서 레버리지·단기 과열 포지션이 한꺼번에 풀리며 변동성이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급락 직후 증거금(마진) 요건이 상향되면, 시장 참여자들은 포지션을 줄이기 위해 ‘팔아서 현금 만들기’에 나선다. 실제로 은 선물 증거금 상향 조치가 매도 압력을 키웠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최근 은·금 상승 기대에 개인 자금이 레버리지 상품으로 몰렸던 정황이 확인된다. 일부 레버리지 은 ETN에는 개인 순매수가 큰 폭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초자산이 하루 -30%대 급락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가격 제한폭’까지 빠르게 밀리며 손실 체감이 훨씬 커진다.

향후 은 가격(및 관련 ETN)의 방향은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기술적 반등은 열려 있지만, 레버리지 시장은 변동성에 더 오래 노출될 수 있다.”
급등 구간이 워낙 가팔랐던 만큼, 시장은 ‘과열 해소’ 과정에서 가격을 더 안정적인 범위로 재정렬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일부 분석에선 은 가격이 60~70달러대의 더 지속 가능한 구간을 거론한다.
증거금 인상, 거래 규제 강화, 포지션 축소가 연쇄적으로 진행되면 반등이 나와도 ‘매도에 막히는’ 장이 반복될 수 있다.
반대로 연준 스탠스가 다시 완화 쪽으로 기울거나 지정학·인플레이션 변수가 재부각되면 귀금속 선호가 되살아날 여지는 있다. 다만 이번처럼 단기간 과열이 재현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사태는 은이 안전자산이냐 아니냐의 논쟁을 넘어, 레버리지 구조가 ‘하루의 변동’을 ‘계좌의 사건’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보여줬다. 국제 선물의 급락(-31%대) 하나가 국내 레버리지 ETN의 -60%로 직결되는 메커니즘은, 단기 매매자에게 특히 잔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