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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토록 아프리카 : 등록금 환불 받고 떠난 21살의 아프리카.. 이제는 20년차 아프리카 덕후가 된 박다애 작가
  • 서지원 문화 & 전시 전문기자
  • 등록 2026-02-04 17:34:51
  • 수정 2026-02-04 17: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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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탄과 체념이 겹치는 문장, “디스 이즈 아프리카”
  • 전기장판부터 사자 아이컨택까지… 상식이 뒤집힌다
  • 2030·4050·은퇴자·허니문… ‘아프리카 여행 문법’의 변화


“이게 아프리카지!” 한마디에 다 담긴 대륙… 이토록 아프리카가 던지는 질문

<이토록 아프리카>의 저자 박다애 대펴는 스스로를 “아프리카 덕후 20년차”라고 소개한다. 책의 제목부터 강렬하다. ‘이토록’이라는 말은 감탄처럼 가볍게 들리지만, 인터뷰를 따라가다 보면 이 한 단어가 ‘경험의 차이’와 ‘편견의 틈’을 통째로 끌어안는 장치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이 결국 묻는 건 하나다. “내가 느낀 아프리카는 이랬는데, 당신의 아프리카는 어떤가?”


‘디스 이즈 아프리카’라는 주문, 감탄과 체념 사이

This is Africa라는 여행사 이름부터가 상징적이다. 아프리카에서 흔히 쓰이는 “This is Africa”는, 누 떼가 평원을 가르는 압도적 순간에도, 주문한 메뉴가 한참 늦게 나오는 황당한 순간에도 붙는다. 경이와 불편, 설렘과 당혹이 같은 문장으로 설명되는 곳. 이토록 아프리카가 매력적인 지점은 바로 이 ‘중의성’을 감추지 않고 정면으로 꺼내놓는 데 있다. “아프리카는 하나”라는 단순화 대신, “아프리카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복수의 감각을 독자에게 건넨다.



“등록금 환불받고 아프리카로”… 21살의 도착, 첫날의 천국

그의 첫 아프리카는 계획된 모험이라기보다 흘러간 우연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우연이 인생을 바꿨다. 첫 발을 디딘 곳은 케이프 타운 (Cape Town). 남미 도시들에서 느꼈던 을씨년스러움과 달리, 알록달록한 색감과 사람들의 에너지, “모두가 샤이닝한다”는 표현이 나올 만큼의 생동감이 그를 붙잡았다. 여행을 다니며 ‘첫날의 강렬함’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어떤 도시들은 도착 첫날, 그곳의 리듬으로 사람을 설득한다. 그의 아프리카는 그렇게 시작됐다.


사자와 눈을 마주치는 거리… ‘정지된 시간’이 온다

그가 꼽는 아프리카 최고의 순간은 화려한 호텔도, 완벽한 사진도 아니다. 동물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기린, 코끼리 같은 ‘태초의 생명체’를 마주했을 때 찾아오는 묘한 정적이 있다. 사자와의 아이컨택도 그 연장선이다. 관광객이 상상하는 “바로 달려드는 맹수”의 장면과 달리, Serengeti National Park나 Maasai Mara National Reserve처럼 오랜 기간 보호·관찰이 누적된 국립공원에서는 사람과 동물 사이에 일종의 ‘암묵적 규칙’이 형성돼 왔다고 그는 설명한다. 그 규칙이 만들어내는 건 스릴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이다. 이 책이 단순 여행기가 아니라 ‘감각의 기록’으로 읽히는 이유다.



“사막을 자전거로 건넜다”는 개고생, 정보가 없던 시절의 아프리카

낭만의 반대편엔 ‘개고생’이 있다. 나마비아 사막을 자전거로 건너며 거의 죽을 뻔했다는 대목은 웃기면서도 섬찟하다. 지금처럼 정보가 넘치던 시대가 아니라, 텍스트만 빼곡한 가이드북 한 권에 의존하던 시절. 문 닫은 숙소, 사라진 정보, 뜨거운 열기에 버티지 못하는 장비…. 그 시절의 여행은 ‘목숨을 담보로 한 낭만’에 가까웠다. 이토록 아프리카는 이런 구간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때의 무모함이 어떻게 ‘덕질 20년’을 만들었는지, 경험의 값이 어떻게 쌓였는지를 보여준다.


돈 없이 가는 아프리카 vs 돈 쓰는 아프리카… 둘 다 “이게 아프리카지”

책의 구성도 흥미롭다. 전반부엔 ‘돈 없이 흘러가는 여행’의 자유가, 후반부엔 ‘돈을 써야 가능한 럭셔리’의 세계가 놓인다. 돈이 없을 때의 장점은 단순하다. 일정이 마음대로 바뀐다. “잃을 게 없으니까.” 반대로 돈을 쓰는 순간, 1박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러나 둘 중 하나가 진짜 아프리카라는 식의 결론으로 가지 않는다. 서로 극단적인 두 세계가 한 대륙 안에서 공존한다는 것. 그래서 다시 “This is Africa”라는 문장이 돌아온다. 감탄과 체념이 같은 표정으로 겹치는 곳.



“아프리카는 덥다”는 가장 흔한 오해… 전기장판을 챙기는 이유

인터뷰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은 ‘날씨’였다. 아프리카는 무조건 덥다는 이미지. 그러나 실제 체감은 일교차가 만든다. 13도에서 30도를 오가기도 하고, 해가 지면 급격히 서늘해진다. 그는 아프리카에 갈 때 ‘미니 전기장판’을 챙긴다고 했다. 이 대목이야말로 이토록 아프리카가 하는 일을 상징한다. 아프리카를 ‘한 장의 이미지’로 소비하는 습관을 끊고, 현실의 디테일로 다시 보게 만드는 것.


2030은 ‘굴러도 되는’ 케냐·탄자니아, 4050은 남아공, 은퇴자는 6~7개국

요즘 아프리카 고객층이 변했다는 이야기 역시 흥미롭다. 과거엔 은퇴자가 주류였다면, 최근엔 신혼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2030에게는 케냐·탄자니아의 조인 사파리처럼 ‘함께 굴러가는’ 여행이, 4050에겐 체류비 대비 만족도가 높고 예술·와인·골프 같은 취향을 채우기 좋은 남아공이, 은퇴자에겐 6~7개국을 묶는 장기 일정이 인기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추천지가 아니라 ‘여행의 문법’이 나이와 라이프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토록 아프리카는 “어디가 최고냐”보다 “당신은 어떤 여행자냐”를 먼저 묻게 만든다.



‘한 나라’가 아닌 대륙을 읽는 법… 이 책이 필요한 이유

아프리카는 넓고, 나라가 많고, 언어는 더 많다. 동부에선 스와힐리어가 널리 쓰이고, 남부는 영어 사용 비중이 높다는 식의 구분도 역사적 배경과 맞물린다. 이 복잡함 때문에 아프리카는 늘 ‘오해하기 쉬운 대륙’으로 남아왔다. 이토록 아프리카가 빛나는 지점은 이 복잡함을 “그래서 위험해”로 단순화하지 않고, “그래서 더 정확한 질문이 필요해”로 바꿔치기하는 데 있다.

여행은 결국 ‘어디를 갔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보았는가’로 남는다. 이토록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를 소개하는 책이면서 동시에, 독자가 자기 안의 편견과 호기심을 점검하게 하는 책이다. 인터뷰 끝에 남는 한 문장이 있다. “내 아프리카는 이랬는데, 당신의 아프리카는?”
그 질문 하나로, 다음 여행의 방식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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