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인이 숲속으로 들어간다는 말만으로도 우리는 자동으로 한 권의 책을 떠올린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고요한 호숫가, 사색, 자연과의 동거, 그리고 “덜 소유하고 더 자유로워지는” 삶의 윤리. 그러나 패트릭 허치슨의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비슷한 출발점 위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이 책이 집중하는 것은 숲의 철학이 아니라 ‘오두막’의 현실이다. 피톤치드보다 톱밥 냄새가 더 진하고, 명상보다 드릴 소리가 더 오래 남는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더 마음에 박힌다.
이야기는 한 청년의 “생각 없음”에서 시작한다. 전업 작가를 꿈꿨지만 취업을 택했고, 영혼 없는 회사 생활을 꾸역꾸역 견디던 20대 중반. 어느 날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7,500달러짜리 오두막 매물을 발견하고, 직접 보러 갔다가 하루 만에 산다. 주말 별장을 계획해본 적도, 집을 고쳐본 경험도 없다. 돈도 넉넉지 않아 부모에게 빌려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샀다. 이 선택을 “용기”라고 치장하기에는, 너무 솔직하게 충동에 가깝다. 그런데 그 충동이, 삶을 살게 한다.

이 책이 특별한 지점은 ‘우울과 무기력’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많은 에세이가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결심’과 ‘각성’을 호출한다면,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좀처럼 꺼내지 않는다. 대신 오두막을 고치고, 다시 고치고, 또 고친다. 벽을 보강하고, 전선을 정리하고, 누수를 막고, 폭우 속에서 기초 공사를 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삶이 달라져 있다. 우울을 제거하는 거대한 선언 대신, 삶을 움직이는 작은 ‘할 일’이 하루를 바꾼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며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인 세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월든』이 숲길을 함께 걷는 산책이라면,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는 유쾌한 친구와 떠난 캠핑에 가깝다. 즐겁지만 고생은 피할 수 없다. 이 책의 문체는 세심하고 유려한데, 그 유려함이 자칫 감상으로 빠지지 않는 이유는 ‘현장성’ 때문이다. 냄새가 나고, 손에 물집이 잡히고, 비가 쏟아진다. 독자는 자연을 ‘보는’ 대신 자연 속에서 ‘일하게’ 된다. 그 과정이 이상하리만치 재미있다. 오두막 생활이 낭만의 포스터가 아니라, 노동의 일기장으로 펼쳐질 때 오히려 더 믿을 수 있는 감동이 생긴다.

초보의 성장담은 늘 매력적이지만, 이 책의 성장담은 유난히 웃기다. 작가(주인공)는 플레이스테이션 조이스틱을 망치로 바꿔 든 수준에서 출발한다. 유튜브를 찾아보고, 따라 하고, 실패하고, 다시 고친다. 오두막은 그의 아지트가 되는 동시에 그의 학교가 된다. 무엇보다 이 과정이 ‘혼자’만의 서사가 아니라는 점이 따뜻하다. 친구들을 불러 함께 고치고, 함께 망치질하며, 함께 고생한다. 맥주 한 잔으로 노동력을 끌어오는 듯한 장면들조차 이상하게 정겹다. 도시는 사람을 분절시키지만, 오두막은 사람을 다시 연결한다. 우울의 반대편에는 종종 ‘관계’가 있다.
이 책이 남기는 가장 강한 문장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다. “하다 보니”라는 생활어에 가깝다. 어떤 열정이 오길 기다리며 넷플릭스만 돌리던 시간에서, 할 일을 만들고 그 할 일을 하다 보니 삶이 바뀌는 쪽으로. 여기에는 자기계발서 특유의 독한 결기가 없다. 대신 현실의 리듬이 있다. 평일에는 회사에 다니고, 가끔 주말에만 오두막으로 가는 생활. 그 제한된 시간 속에서도 삶의 원동력이 생겨난다. 오두막에 가지 않는 날조차 오두막을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고, 상상만으로도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온다. 이 책은 ‘탈출’이 아니라 ‘재시동’의 이야기다.

이 책을 ‘반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에세이에 반전이라는 말은 조금 어색하다. 하지만 독자는 분명히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된다. 오두막을 고치는 일이 재미가 된 그는 결국 목수가 되기로 한다. 더 나아가 실제로 집을 만들어 거래까지 해낸다. 우연히 산 오두막 하나가 직업을 바꾸고, 삶의 방향을 틀고, 마침내 그 이야기가 책이 되어 바다를 건너 번역되기까지 한다. 계획된 성공이 아니라, 움직인 결과로 열린 길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단순한 대리만족을 넘어, 독자에게 은근한 질문을 남긴다. 내 삶을 다시 움직이게 할 ‘나의 오두막’은 무엇인가.
『내 작은 숲속 오두막으로』를 덮고 나면 숲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보다는, 아주 작은 ‘무언가’를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오두막이 아니어도 좋다. 작은 프로젝트,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취미, 주말을 건넬 하나의 목표. 이 책은 “망했다”는 감각을 가진 사람에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속삭인다. “일단 하나 해보면, 그다음은 생각보다 멀리 갈지도 몰라.”
문화면에서 이 책을 소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이 이야기가 단지 ‘숲속 라이프’의 유행을 따라가는 에세이가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이 책은 도시의 무기력에 대한 하나의 해법을, 교훈이 아니라 서사로 보여준다. 가볍게 웃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책. 책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아마도 휴대전화에서 거래 앱을 열어볼 것이다. (광고는 아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삶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가능성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