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주식을 사고 싶다고 해서 바로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은행에서 달러로 환전해 들고 가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미국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첫 단계—‘계좌 개설과 세금 서류’—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발목이 잡힌다.
이번 편에서는 “진짜 첫 주식을 사기 전까지 필요한 모든 과정”을 정리한다.
미국 주식 투자의 출발점은 ‘증권사 선택’이다.
국내 증권사를 이용할지, 미국 현지 브로커를 이용할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1) 국내 증권사(미래에셋, 삼성증권, NH투자, KB증권 등): 장점은 간단하다.
한글로 된 앱, 자동 환전, 원스톱 세금 처리. 초보자에게 가장 무난하다.
수수료는 약간 높지만, 접근성이 좋다.
2) 해외 브로커(인터랙티브브로커스, 로빈후드, 피델리티 등): 수수료가 낮고 실시간 체결이 빠르다.
하지만 영어 기반이라 초보자에게는 다소 복잡하다.
미국 주소·계좌 인증 절차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초보자는 국내 증권사로 시작하는 것이 안전하다.
앱 설치 후 신분증 인증만 하면 10분 안에 해외 주식 계좌가 만들어진다.
미국 주식 투자자는 반드시 W-8BEN(더블유에잇벤)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이건 한국과 미국 간의 ‘이중 과세 방지 협정’에 따른 서류로, 내가 한국 거주자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세금 신고서다.
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미국 배당소득세가 30%로 자동 공제된다.
하지만 W-8BEN을 제출하면 15%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국내 증권사 앱에서는 간단히 전자 서명으로 처리된다.
‘해외주식 거래 전 필수 서류’라는 안내가 뜨면, “작성하기”를 누르고 이름(영문), 서명,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끝이다.
유효기간은 보통 3년이며, 만료 시 재제출해야 한다.
미국 주식을 사려면 달러가 필요하다.
증권사 앱에서 ‘환전하기’ 메뉴를 통해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 된다.
하지만 이때 수수료가 함정이다.
예를 들어 은행 일반 환전 수수료는 보통 1달러당 10~15원 수준이다.
하지만 증권사 앱의 ‘우대 환전 이벤트’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최대 90%까지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팁은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미리 사두는 것.
달러예수금 계좌에 달러를 넣어두면, 나중에 환율이 올라도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미국 증시는 한국 시간으로 밤에 열린다.
정규장은 밤 10시 30분~새벽 5시(서머타임 기준).
하지만 일부 증권사는 프리장(22:00 이전), 애프터마켓(05:00 이후) 거래도 지원한다.
단, 이 시간대 거래는 거래량이 적어 변동성이 크고, 체결이 불안정할 수 있다.
따라서 초보자는 정규장 거래에 집중하는 게 좋다.
거래일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미국 공휴일에는 휴장한다.
특히 추수감사절(11월), 크리스마스, 신년에는 거래가 없다.
처음부터 개별 종목에 도전하는 건 위험하다.
미국 시장은 기업 수가 7,000개가 넘는다.
처음에는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ETF로 시작하는 게 현명하다.
대표 상품은 다음과 같다.
1) VOO / SPY: S&P500 지수를 추종 (미국 대표 500대 기업)
2) QQQ: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 (기술주 중심)
3) VTI: 미국 전체 주식시장에 투자 (3,000개 이상 기업)
4) SCHD: 고배당주 중심 ETF
이 ETF들은 장기 투자에 유리하고, 초보자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주식을 샀다”는 감각을 익히기에도 가장 좋은 출발점이다.
주문 버튼을 누르기 전, 시장가와 지정가의 차이를 꼭 알아야 한다.
시장가 주문(Market Order): 지금 바로 체결되는 가격으로 산다.
단, 주가가 급등·급락할 경우 원치 않는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
지정가 주문(Limit Order): 내가 원하는 가격을 지정해 주문을 건다.
예를 들어 “애플을 190달러에 사겠다”는 식이다.
가격이 도달하지 않으면 체결되지 않는다.
초보자라면 급등장에서도 당황하지 않도록, 항상 지정가 주문을 기본값으로 설정해두는 습관이 좋다.

매도 후 생긴 이익은 ‘양도소득세’ 대상이다.
미국 주식은 매년 250만 원 초과 수익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국내 증권사를 이용하면, 대부분의 증권사가 연말 자동 신고서 작성 기능을 제공한다.
홈택스에서 간단히 제출만 하면 된다.
배당금은 세금 공제 후 자동 입금된다.
계좌에 달러로 들어오므로, 이를 다시 원화로 환전할지 다음 투자에 쓸지 선택하면 된다.
미국 주식 투자의 첫 성공은 ‘수익’이 아니라 ‘익숙함’이다.
ETF 한 주를 사고, 배당금을 받아보고, 환율 변화를 느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겪어야 자신만의 투자 감각이 생긴다.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할 말이 있다.
“주식은 공부로 이긴다.”
미국 주식 시장의 기본 구조와 세금, 환율, 거래 방식을 알고 시작하는 순간 투자는 더 이상 두려운 게임이 아니다.
계좌도 만들고, 첫 매수도 했다면 이제 남은 건 ‘거래의 기술’이다.
다음 편에서는 매수·매도·주문 방식과 자동 거래 설정, 분할매수 전략 등 초보자가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매매 노하우를 다룬다.
이제, 미국 시장의 문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