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현행 만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만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법안을 연내 입법 추진하기로 하면서, 고령사회에 대비한 노동시장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연금 재정 불안, 숙련 인력의 조기 퇴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년 연장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고령자의 소득 공백을 메우고 숙련 인력을 경제에 더 오래 남게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며 “세대 간 형평성과 기업 부담 문제를 함께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년 연장 추진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이 될 전망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줄고 있지만, 은퇴 후 생계 불안과 연금 개시 전 소득 공백에 시달리는 고령자는 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정년을 늘려 고령자의 소득을 안정시키고, 노동력 부족 문제와 연금 재정 부담을 동시에 완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입법 방향은 단계적 확대다. 2033년까지 10년에 걸쳐 정년을 점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청년층의 일자리 위축과 기업의 인건비 부담 등은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고령 근로자 증가가 곧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정년만 연장할 경우, 청년 고용 기회가 줄어들어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년 연장은 노년층의 빈곤을 완화하고, 숙련된 인력이 더 오래 경제 활동을 이어가며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근로 기간이 늘어나면 국민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에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 근로자의 재교육 및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직무 체계를 마련한다면, 고령화 시대에 맞는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도 가능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경험 많은 인력을 더 오래 활용함으로써 기술과 노하우의 단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청년층 일자리 진입이 늦어지고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으며, 체력 저하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직무 부적합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늘 수 있어, 단순히 ‘정년 연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이 단순히 퇴직 시점을 늦추는 제도 개편이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직무 전환 교육·세대 간 일자리 조정 정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세대별 이해를 조율하고, 기업이 부담 없이 고령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년 65세 시대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평균수명 85세 시대를 앞둔 대한민국에서 ‘언제까지 일할 것인가’는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과제가 되었다.
법안이 연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세대 간 균형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