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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하루 만에 ‘10→15% 관세’ 인상, 규칙 제공자에서 규칙 파괴자로…트럼프 관세의 자멸 시나리오
  • 이시한 기자
  • 등록 2026-02-22 09: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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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 제동 이후 ‘섹션122’로 돌아선 이유
  • 관세의 즉흥성, 비용보다 불확실성을 키운다
  • 동맹 보복과 신뢰 하락…‘미국 프리미엄’이 흔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수입품에 15% 관세”를 밀어붙인 건, 단순한 무역정책이라기보다 권한 다툼에서 밀리자 ‘다른 법 조항’을 끌어와 우회로를 만든 정치적 선언에 가깝다. 2026년 2월 20일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방식에 제동을 걸자, 트럼프는 곧바로 2월 20일 ‘10% 글로벌 관세’를 예고했고, 하루 뒤인 2월 21일에는 이를 15%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법원 제동 직후, ‘15% 상한’ 카드로 맞불

핵심 배경은 ‘법’이다. 대법원은 트럼프가 비상권한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매긴 방식에서 권한 남용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 직후 트럼프는 Trade Act of 1974의 ‘섹션 122’라는, 비교적 덜 알려진 조항을 꺼내 들었다. 이 조항은 최대 15% 관세를 150일 동안 한시적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주는데, 트럼프는 그 법적 상한선인 15%까지 단번에 올린 것이다.


협상과 무관한 ‘즉흥 관세’가 만드는 단 하나의 메시지

관세는 원래 협상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상대가 양보하면 낮추고, 합의가 깨지면 다시 올리는 식으로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처럼 협상 여부와 관계없이, 행정부가 마음먹으면 단기간에 수치를 바꿀 수 있는 구조가 반복되면 시장이 읽는 메시지는 단순해진다.
미국의 관세는 “협상 카드”가 아니라 “정치 일정에 따라 흔들리는 가격표”가 된다.


가장 먼저 맞는 건 ‘미국 기업의 원가’와 ‘미국 소비자의 가격’

관세는 외국 기업에만 청구되는 벌금이 아니다. 수입 단계에서 붙는 비용은 유통과 생산을 타고 미국 내부 가격으로 전가되기 쉽다. 미국 제조업 역시 부품·소재·장비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전방위 15%’가 되면 원가 상승 → 투자 지연 → 고용·임금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AP 등 미국 언론이 민주당과 업계의 “물가 부담” 비판을 함께 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맹국까지 ‘예외 없는 표적’이 되는 순간, 보복은 구조화된다

문제는 미국의 관세 부과 상대가 중국만이 아니라는 데 있다. ‘모든 국가’에 일괄 적용되는 관세는 동맹국도 같은 줄에 세운다. 유럽 각국 지도자들이 불확실성과 경제적 타격을 경고하고, 각국 경제단체가 반발한 배경 역시 “관세가 예측 가능한 규칙이 아니라 정치적 충격파가 됐다”는 우려다.


관세를 ‘마음대로’ 바꾸는 국가가 치르는 대가: 신뢰의 프리미엄 붕괴

시장과 기업이 가장 싫어하는 건 ‘비용’보다 ‘불확실성’이다. 관세율이 예고 없이 바뀌면 기업은 재고·물류·계약을 단기화하고, 이는 곧 효율의 하락으로 돌아온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규칙 제공자’의 이점을 누려왔다. 하지만 관세가 “행정명령 한 줄”로 출렁이면, 미국 스스로 그 프리미엄을 깎아 먹는다.
대법원 판결로 제동이 걸리자마자 다른 법 조항으로 우회한 이번 장면은, 해외 파트너들에게 “미국의 통상정책은 정권의 기분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 충분하다.


‘미국의 자멸’은 총성 없이 진행된다

트럼프의 관세 정치가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거창한 수사가 아니다.
첫째, 관세를 올리는 건 외국의 고통만이 아니라 미국 내부의 가격과 불확실성이다.
둘째, 동맹까지 일괄 타격하면 보복은 예외가 아니라 관행이 되고, 미국 기업의 해외 매출·공급망이 장기적으로 약해진다.
셋째,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면 ‘150일 한시’ 이후의 시나리오가 불투명해지며, 그 공백을 메우는 건 투자 위축과 성장률 둔화일 가능성이 크다.

결국 관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강수는, 단기적으로는 강한 리더십처럼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스스로 쌓아온 신뢰·예측 가능성·규칙의 권위를 갉아먹는다. 세계가 가장 경계하는 건 높은 관세가 아니라, 룰이 수시로 바뀌는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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