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메모리얼 콜리세움이 ‘빅뱅’의 무대가 됐다. 손흥민의 LAFC와 리오넬 메시의 인터 마이애미가 맞붙은 2026시즌 MLS 개막전은 7만5천여 관중이 몰린 초대형 이벤트였고, 결론은 LAFC의 3-0 완승이었다. 손흥민은 선제골을 만드는 결정적 패스로 경기의 첫 문장을 직접 썼고, 마이애미는 ‘챔피언의 개막전’에서 조직력의 빈틈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현장의 분위기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 ‘압박 축구의 시험장’에 가까웠다. 7만5,673명이 들어찬 콜리세움에서 LAFC는 킥오프부터 전방 압박을 걸어 마이애미의 첫 빌드업을 흔들었고, 마이애미는 메시가 공을 잡기 전 단계부터 숨이 차는 경기를 해야 했다. MLS가 개막전을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대형 경기장을 선택했다는 리그 커미셔너의 설명도, 경기 양상이 ‘큰 무대에 걸맞은 강도’로 흘러간 배경이었다.
경기는 시작 6분 만에 ‘오늘 LAFC의 속도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부앙가의 라인 브레이킹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골키퍼(데인 세인트클레어)까지 제친 뒤 문전의 부앙가에게 내줬고, 부앙가의 슈팅은 골키퍼의 선방에 걸렸지만 관중석의 온도는 이미 올라갔다. 손흥민이 단순히 마무리만 노리는 공격수가 아니라, 공간을 읽고 골문을 여는 플레이메이킹을 함께 가져간다는 신호였다.

승부의 첫 단추는 결국 압박에서 나왔다. LAFC는 상대 진영에서 루즈볼을 재빨리 회수했고, 새 미드필더 스테픈 유스타키오가 흘러나온 공을 손흥민 발밑으로 ‘핑’ 하고 꽂아 넣었다.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정면 혼잡 속에서도 침착하게 공을 정리해, 전력질주로 파고드는 다비드 마르티네스에게 정확한 스루패스를 찔렀다. 마르티네스의 왼발 마무리가 골망을 흔들며 1-0. 손흥민의 시즌 첫 리그 도움은 ‘한 번에 수비 라인을 무너뜨리는 패스’로 기록됐다.
이 장면은 마이애미 수비의 구조적 약점을 드러냈다. 센터백이 전진 압박을 받는 순간, 박스 앞 세컨드라인(미드필드 커버)이 한 박자 늦었고, 그 틈을 손흥민이 바로 찔렀다. 스타의 번뜩임이기도 했지만, 그 번뜩임을 가능하게 만든 건 LAFC의 압박 설계였다.
후반전 마이애미는 곧바로 동점 골을 노렸다. 하프타임 교체로 들어온 파쿤도 무라가 메시의 패스를 받아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새 공격수 헤르만 베르테라메의 헤더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이 마이애미가 만든 가장 위협적인 기회로 남았다. LAFC는 이후 수비 라인을 무너뜨릴 만한 ‘두 번째 파도’를 허용하지 않았다.

메시가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LAFC는 메시가 좋아하는 통로 자체를 지웠다. 중앙에서 메시에게 공이 들어가도 곧바로 2중 압박이 붙고, 바깥으로 빠지는 순간에는 풀백과 윙이 교대로 압박 각도를 만들어 ‘전진 패스’의 시야를 차단했다. LAFC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세이브는 3개로 기록됐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결정적 실점 위기 자체가 적었다”는 점이다. 수비진이 90분 내내 큰 흔들림 없이 라인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애미가 조급해질수록 뒷공간은 커졌다. 후반 73분, 팀 티모시 틸먼의 롱볼 한 방에 마이애미 골키퍼 세인트클레어가 과감하게 전진했지만, 부앙가는 머리로 공을 자기 앞으로 떨군 뒤 골키퍼를 추월해 빈 골문에 밀어 넣었다. 기록상 ‘포지셔닝 실수’가 언급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라인이 무너진 상황에서 골키퍼가 ‘선택을 강요받은’ 장면에 가깝다. 2-0이 되며 경기는 사실상 여기서 끝났다.

LAFC는 2-0 이후에도 내려서지 않았다. 후반 87분 손흥민이 엔드라인 근처에서 골키퍼를 흔든 뒤 문전으로 연결해 부앙가의 추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부앙가가 미끄러지며 무산됐다. 대신 쐐기는 추가시간에 박혔다. 후반 90+4분 부앙가의 크로스를 네이선 오르다스가 마무리하며 3-0. 스코어가 경기 내용의 우위를 가장 선명하게 번역해냈다.
오늘 경기를 ‘손흥민이 메시를 이겼다’로만 요약하면 절반만 맞다. 손흥민의 도움은 결정적이었지만, 그 장면을 끌어낸 건 LAFC가 90분 동안 유지한 압박 강도와 전환 속도였다. 반대로 마이애미는 메시가 버텨도, 새로 짠 조합이 아직 ‘한 덩어리’로 굴러가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메시의 발끝은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그 발끝으로 이어지는 길이 짧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