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6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수입차)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Official White House Photo by Molly Riley)
“코스트코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불 소송을 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지금 벌어지는 관세 전쟁의 성격이 단번에 드러난다. 전 세계인이 아는 대형 유통사 코스트코가 2025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불법일 수 있다며 이미 낸 관세를 ‘전액 환급’받을 권리를 지켜달라고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약 두 달 뒤인 2026년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사용했던 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국제비상경제권한법)로는 관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말하자면 작년 코스트코의 “환불 소송”은 대법원 판결을 예감한 기업들이 미리 ‘환급 통로’를 확보하려던 움직임이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IEEPA 관세가 막히자 트럼프는 곧바로 다른 법을 꺼내 들었다. 같은 날 백악관은 Trade Act 1974의 ‘Section 122’를 근거로 “국제수지(대외지급) 문제”를 내세운 임시 수입부담금(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그 다음 시나리오로는 232조, 301조가 거론된다.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관세를 올린다”는 결과만 보이지만, 미국 안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이 누를 수 있는 관세 버튼이 몇 개나 되는가’를 두고 법과 정치가 충돌하는 중이다.
관세는 원래 의회의 권한, 어떻게 대통령이 올릴 수 있나
미국 헌법의 기본 원칙은 단순하다. 세금과 관세 같은 ‘과세 권한’은 의회에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관세를 올리려면 대개 의회가 미리 만들어둔 법(무역법)에 기대어 “위임받은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이번 사태가 커진 이유는, 트럼프가 그동안 IEEPA라는 ‘비상권한 법’을 관세에까지 확장 적용하려 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건 너무 멀리 갔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제 남은 질문은 “미국의 대통령은 어떤 법을 근거로, 어디까지 관세를 올릴 수 있는가”이다.
관세 버튼 1: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비상사태면 경제를 통제한다”
IEEPA는 원래 관세법이라기보다, 전쟁·테러·제재 같은 ‘비상 상황’에서 특정 거래를 막고(금지),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무역을 통제하는 법에 가깝다. 대통령이 “비정상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대외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트럼프는 이 IEEPA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지만, 대법원은 2026년 2월 20일 판결에서 “IEEPA는 관세 부과 권한을 주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특히 “수입을 규제(regulate)한다”는 문구를 ‘세금처럼 관세를 매긴다’로까지 확장하는 건, 의회의 과세 권한을 대통령이 가져오는 셈이라는 취지다.
즉 IEEPA는 “편의점에서 결제 막는 카드” 같은 느낌이지, “마음대로 세율을 정하는 세금 버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관세 버튼 2:
232조(Trade Expansion Act 1962) “국가안보를 이유로 특정 품목을 때린다”
232조는 훨씬 직관적이다.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이 있으면, 상무부(Commerce)가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이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해준다.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232조는 “전 세계 일괄”보다는 철강, 자동차, 반도체, 의료물자 같은 ‘품목 단위’로 쓰이기 쉽다.
둘째, 상무부 조사에 최대 270일이 걸릴 수 있고(절차가 존재), 한 번 발동되면 조치가 오래 갈 수 있는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 시장에 위협적이다.
한마디로 232조는 “국가안보”라는 프레임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오래가는 관세 카드다.
관세 버튼 3:
301조(Trade Act 1974) “상대국이 불공정하면 보복관세”
301조는 ‘싸움의 상대’가 더 분명하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조사해, 특정 국가의 정책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면, 그에 대한 대응으로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다.
이 역시 전 세계 일괄 관세라기보다는, 특정 국가·특정 산업·특정 품목군을 겨냥한 압박 수단에 가깝다. 즉 301조는 “상대국을 찍어서 때리는 관세”에 유리하다. (다만 절차상 조사·의견수렴이 따라붙어 ‘즉시 버튼’이라기보다는 ‘조사 후 발동 카드’에 가깝다.)
“그럼 지금 15%는 뭐야?”
트럼프의 새 우회로: Section 122(임시 수입부담금)
IEEPA가 대법원에서 막히자, 트럼프는 Trade Act 1974의 Section 122를 근거로 “국제수지(대외지급) 문제가 심각하다”며 임시 수입부담금을 발표했다.
이Section 122 관세는 “임시”의 성격이 강해서 보통 의회의 연장이 없는 한150일 제한 같은 법적 장치가 걸려있다. 그래서 시장에서는 “단기 충격 이후, 232·301 같은 더 지속 가능한 관세 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전망이 뒤따른다.
코스트코 소송이 상징하는 것: “관세는 결국 소비자 가격이 된다”
코스트코가 관세 환급 소송에 나선 장면이 상징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관세는 정부가 기업에서 걷지만, 유통을 거치면 결국 가격과 공급으로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그래서 대형 유통사의 소송은 “정치 구호”가 아니라 “회계 장부”에서 시작된 전쟁이다.
이제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관세가 “불법”이면 돈은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나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막았다고 해서 내일 당장 매장 가격표가 내려가거나 소비자 통장으로 ‘관세 환급’이 찍히는 일은 거의 없다. 관세는 물건을 들여오는 순간, 세관(CBP)에서 수입자(Importer of Record)가 먼저 낸다. 그래서 관세가 위법이라면, 정부가 돌려줄 상대도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아니라 수입자다.
둘째, 트럼프가 다음에 누를 관세 버튼은 232인가 301인가
232조(국가안보)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상무부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관세나 수입 제한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특징은 두 가지다. 하나, “전 세계 일괄”보다 특정 품목(철강,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맞는다. 둘, 한 번 발동되면 지속성이 강한 관세가 되기 쉽다.
301조(불공정 무역)는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를 명분으로 삼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조사하고, 의견수렴·공청회 같은 절차를 거쳐 특정 국가를 겨냥한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다. 그래서 301조는 ‘전 세계를 한꺼번에’보다 ‘누굴 찍어서’ 쓰기 좋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렵고 복잡한 법 이름일 뿐이지만, 실제로는 이 법들이 세계 물가와 기업 실적, 그리고 “탈팡하고 코스트코로 갈아탈까” 같은 각 개인들의 장바구니 선택까지 흔들어 놓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