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휴스턴대학교(University of Houston)에서 수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던 전형선(Hyeongseon “Sammy” Jeon) 박사가 최근 미국 정부의 비자 취소 조치로 강제 귀국하게 된 사실이 알려졌다. 전 박사는 한국 국적의 수학자로, 미국 내 국제 학자 및 유학생들에 대한 SEVIS(유학생·교환방문자 시스템) 기록 ‘종료’ 처리가 늘어나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대표적 사례다.
전 박사는 지난 14일 학생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맡고 있던 고급 통계 수업 ‘과학을 위한 통계학(Statistics for the Sciences)’ 강의에서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으며, 후임 교수에게 인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메일에서 “최근 많은 국제 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마찬가지로, 저 역시 예상치 못한 비자 종료 통보를 받았다”며 “즉시 한국으로 돌아가 체류 자격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로 학생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며, 다음 학기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비자 취소, 학문 활동 ‘중단 사태’
휴스턴대학교는 공식 성명을 통해 전 교수의 비자 취소 사실을 확인하며 “그의 박사 학위 이력과 연관된 SEVIS 상의 상태 변경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전 박사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은 뒤, 2024년 가을학기부터 휴스턴대학교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해 왔다.
문제는 단순한 행정 오류 차원이 아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의 SEVIS 시스템에서‘terminated(종료)’로 처리되면, 해당 학자나 학생은 법적 체류 자격을 즉시 상실하게 되며, 사유 불문하고 출국 조치를 따라야 한다. 일부 경우에는 재입국 금지 조치도 병행된다.
학문 탄압인가, 안보 조치인가… 논란 커지는 미국 내 조치
미국 내 국제 학자 및 유학생 비자 취소 사태는 가자지구 전쟁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에 대한 보복 조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확대 해석되며 소규모 전과, 기술적 미비사항 등으로도 비자 취소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텍사스주에서는 현재까지 최소 252명의 국제 유학생이 유사한 처분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으며(Texas Tribune 집계 기준), 라이스 대학교(Rice University), 텍사스 A&M 대학교, 텍사스 주립대학교 오스틴 캠퍼스(UT Austin) 등 주요 대학들이 연이어 피해 사실을 공개하고 있다.
학계 반발… “국제 학문 교류 근간 흔들려”
국제 학계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학자와 학생들의 체류 자격이 일방적으로 박탈되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휴스턴대 학생 단체들은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자의적 조치에 대해 대학 차원의 보호 장치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휴스턴대는 총학생 수 약 4만8천 명 중 5,000명 이상이 국제 유학생이며, 교원 중에서도 상당수가 해외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는 “전형선 교수를 제외한 추가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향후 더 많은 사례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전형선 교수, “복귀 희망해”
전교수는 “즉시 한국으로 돌아가 이민(비자) 문제를 해결한 뒤, 다음 학기에 복귀하길 희망한다.”며 복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SEVIS 기록 상태 회복 여부('terminated' 상태를 풀 수 있을지 여부), 새로운 비자 발급 가능성(H-1B 등의 취업 비자를 새로 신청),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변화(현재 강화된 이민 단속이 지속될 경우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도 있음), 휴스턴대 측의 고용 유지 여부(학교의 판단에 따라 실제 복귀가 가능할지는 불확실한 상태)와 같은 변수로 인해 복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다.
학문과 정치의 경계, 다시 고민해야
전형선 교수의 사례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 외국인 학자와 유학생의 불안정한 체류 지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국제적 학문 교류와 교육의 자유가 정치적 판단에 따라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학의 자율성과 연구 환경 보호를 위한 제도적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 Tip:
- SEVIS란?
Student and Exchange Visitor Information System의 약자
즉, 미국 내 유학생과 교환방문자의 정보를 관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이다.
- 누가 관리하나?
미국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 왜 필요한가?
미국에 있는 유학생(F 비자) 또는 교환 방문자(J 비자)의 비자 상태, 학교 등록 여부, 체류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추적.
SEVIS는 유학생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지, 언제 입국하고, 어느 학교에 다니며, 언제 졸업하거나 휴학하는지를 미국 정부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기록 시스템'이다.
학교 등록을 안 하면 SEVIS 기록이 'terminated(종료)' 상태로 바뀌고, 이렇게 되면 비자 유무와 상관없이 불법 체류자가 된다. 그래서 즉시 출국하거나 추방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