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는 사람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마리의 작은 원숭이가 지난 30년 가까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크리스털(Crystal the Monkey)’,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동물 배우 중 하나다.
크리스털은 1994년 5월 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암컷 꼬리감는원숭이(투프티드 카푸친)로, 1997년 디즈니 영화 '정글에서 살아남기(George of the Jungle)'로 데뷔한 이후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후 무려 20편 이상의 영화와 TV 시리즈에 출연하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가장 유명한 출연작은 벤 스틸러 주연의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시리즈로, 장난기 가득한 덱스터 역을 맡아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 ‘행오버 2(The Hangover Part II)’에서는 마약을 운반하는 원숭이로 등장하며 충격적인 연기로 주목받았고, NBC 시트콤 ‘애니멀 프랙티스(Animal Practice)’에서는 닥터 리조 박사 역을 맡아 한층 더 인간적인(?) 면모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 영화 ‘더 페이블먼스(The Fabelmans)’에 출연, 소년 주인공의 반려 원숭이 ‘베니’ 역할로 등장해 다시 한 번 연기력을 과시했다.
크리스털은 2012년 NBC 시트콤 '애니멀 프랙티스(Animal Practice)'에서 에피소드 당 12,000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는데, 이는 당시 평균 (인간)배우 연봉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리고 크리스털이 출연한 영화들의 총 박스오피스 수익은 25억 달러를 넘으며 일부 매체에서는 크리스털의 순 자산이 약 1,4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크리스털은 현재 트레이너 톰 건더슨(Tom Gunderson)과 함께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에서 살고 있으며, 또 다른 카푸친 원숭이인 ‘스쿼트(Squirt)’와 동거 중이다. 감독들과 배우들은 “크리스털은 매우 똑똑하고 감독의 지시에 놀라울 정도로 잘 반응하는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이는 많아졌지만, 크리스털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동물 배우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간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사 대신 표정과 동작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이 작은 배우는 오늘도 카메라 앞에서 진지한 자세로 자신의 연기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