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설레지만, 준비 없으면 고생길 열린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긴 연휴, 모두가 손꼽아 기다려온 시간이다. 하지만 설레는 만큼 불편과 혼란도 뒤따른다. 귀성길 정체, 밀린 집안일, 놓친 금융 업무, 반려동물 돌봄까지. 작은 준비 부족이 긴 연휴를 피곤한 여정으로 바꿀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소방청, 보건복지부 등에서 매년 발표하는 명절 안전 지침을 참고해, 연휴 전 필수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
연휴의 고전적 스트레스 1순위는 단연 교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3년 추석 연휴 하루 평균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약 514만 대였다. 올해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출발 시간과 경로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 필수다. 내비게이션의 예상 소요 시간만 믿기보다는 ‘차 막힘 패턴’을 기억하는 게 좋다. 정체는 오전 9시~11시, 오후 4시~6시에 집중되고, 새벽이나 늦은 밤은 비교적 수월하다.
한국도로공사는 “휴게소 인기 메뉴는 오전 중 일찍 소진된다”며 간단한 도시락이나 간식을 준비하는 것도 팁으로 소개했다. 장거리 운전 전에는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 브레이크 패드, 워셔액 같은 기본 점검이 필수다.
연휴 기간 은행과 관공서는 대부분 문을 닫는다. 카드 결제일이나 대출 이자 납부일이 연휴와 겹치면 다음 영업일로 자동 이월된다. 하지만 계좌 잔액이 부족하면 연체로 이어질 수 있다.
모바일 뱅킹이 보편화되었지만, 이체 한도 문제나 보안카드 분실 같은 변수가 생기면 난처하다. 연휴 전날은 은행 창구와 콜센터가 폭주하므로 미리미리 점검하고 해결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금융감독원은 “연휴 전 미리 모바일 뱅킹 이체 한도, 자동이체 계좌 상태를 확인해 두라”고 당부한다. 자동차세, 건강보험료, 각종 공과금도 납부 마감일이 연휴와 겹치지 않는지 체크하는 게 안전하다.
명절 연휴에는 마트와 전통시장이 전쟁터로 변한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자료에 따르면 명절 직전 대형마트 매출은 평소 대비 2~3배 증가한다. 평소라면 “내일 사지 뭐” 할 수 있지만, 연휴에는 그 내일이 없다. 계획 없는 장보기는 품절과 장바구니 후회로 이어진다.
필요한 식자재, 선물세트, 제수용품은 리스트화가 필수다. 특히 아이스팩이나 드라이아이스 같은 보관 용품을 미리 확보해야 신선도를 지킬 수 있다. 냉장고 정리도 미리 해두어야 한다. 연휴 끝나고 돌아왔는데 냉장고 안에서 ‘익은 음식’이 반겨준다면 그것만큼 허탈한 일도 없다.
연휴에는 생활 패턴이 깨지기 쉽다. 과식, 과음, 수면 부족이 반복되면 연휴가 끝날 즈음 오히려 더 지쳐버린다. 응급실 이용이 급증하는 것도 이 시기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명절 연휴 응급실 내원 환자는 평소보다 약 1.5배 증가한다. 상비약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제, 두통약, 해열제, 반창고는 기본이고, 만성질환 약은 여분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소방청은 매년 “명절 전 가스밸브와 전기 플러그 확인”을 강조한다. 화재의 상당수가 장시간 비워둔 집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점검만으로도 사고 가능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떠나기 전 집안 정리는 꼭 필요하다. 쓰레기와 음식물은 비워두어야 하고, 가스밸브·전기 플러그·창문 잠금 확인은 필수다. 요즘은 IoT 가전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하지만, 기계도 100% 믿을 수는 없다. 사람이 직접 확인해야 안심된다.
반려동물이 있는 가정은 준비할 게 더 많다. 장거리 이동 시 안전용 캐리어와 식수, 간식은 필수다. 반려동물 호텔이나 펫시터 예약은 이미 포화 상태일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가족 모임이 있는 경우,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갈라놓을 수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명절 스트레스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가족 간 갈등이다. “좋은 말은 덕담, 나쁜 말은 삼키기”가 연휴를 편안하게 만드는 최고의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다. 연휴 계획을 지나치게 빡빡하게 짜면 몸과 마음이 오히려 더 피곤해진다. 차라리 ‘하고 싶은 것 반, 쉴 시간 반’의 여유 있는 계획이 현명하다. 연휴 끝에 더 지쳐 있는 것만큼 아쉬운 일도 없다.
긴 연휴는 축복이자 시험이다. 미리 준비하면 황금 같은 휴식이 되지만, 준비를 소홀히 하면 오히려 피곤한 고생길이 열린다. 교통, 금융, 장보기, 건강, 집안일, 반려동물, 마음가짐까지. 이 일곱 가지를 점검해 둔다면, 이번 연휴는 진짜 “꿀휴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