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꼰대’로 불리며 세대 갈등의 중심에 섰던 40~60대. 대한민국의 권력은 2030이 꿈꾸는 이상에서 태동하지만, 정치, 경제, 소비, 문화, 기술,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이 기획은 4060을 단순히 ‘과거에 머문 세대’가 아닌 이제는 말해야 한다. 진짜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하여. |
3부. “진짜 문화 파워는 어디에? 중장년의 선택이 바꾼다”
“우린 자극보다 여운이 남는 걸 원해요.”
– 54세 직장인 독서모임 참가자, 서울 마포구
요즘의 문화는 속도를 중시한다. 빠르게 넘기고, 짧게 보고,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그 흐름을 비껴가며 ‘느리지만 오래 남는 것’을 찾는 이들이 있다.
바로 40~60대, 대한민국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단지 소비만 하는 세대가 아니다.
문화와 콘텐츠를 해석하고, 음미하며, 자신만의 기준으로 선택하는 세대다.
다소 보수적이지만, 한 번 빠지면 깊고 오래 가는 ‘충성도 높은 관객’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이들이 한국의 문화지형을 조용히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 웨이브, 유튜브, 그리고 방송사 VOD…
각종 플랫폼에서 1990~2000년대 콘텐츠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트렌디한 신작 사이에서, 한참 전 드라마, 가요, 영화가 다시 회자된다.
그리고 그 배경엔 중장년층의 ‘회상형 소비’가 있다.
이들은 단순한 추억팔이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 시절의 정서, 삶의 감각, 내가 누구였는지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콘텐츠를 찾는 거예요.” – 51세 남성 관객
결국 이들은 ‘과거로의 퇴행’이 아니라 ‘삶을 재해석하는 여유’를 원한다.
이는 지금의 속도 중심 문화가 놓친 ‘깊이’를 채워주는 흐름이다.
4060의 문화 소비는 명확한 특징을 갖는다.
독서와 전시회 : 베스트셀러보다 인문·역사·삶을 다룬 주제 도서 선호
음악 : 발라드, 클래식, 트로트 등 감성 기반 장르 중심
영상 콘텐츠 : 느린 호흡의 드라마, 인간관계 중심의 서사물
예술 소비 : 전시·공예·서예·아트페어 등 정적인 미적 경험 추구
무엇보다 이들은 “내 삶에 울림이 있는 콘텐츠”를 기준으로 선택한다.
트렌디하거나 짧은 콘텐츠는 재미로 볼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건 결국 ‘의미 있는 감정’이다.
유튜브만 봐도 그 흐름이 보인다. 중장년층이 즐겨 찾는 채널은 고전 문학 해설, 역사 다큐멘터리, 철학 강의, 조용한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 소위 ‘지적 여가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빠르게 스와이프 하는 대신, ‘앉아서 집중하는 콘텐츠’를 즐긴다.
플랫폼은 젊은 층 중심으로 설계됐지만,
중장년층은 자기 방식대로 적응하며 새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문화기획자이자 북로망스 출판사 대표인 전승환 대표는 말한다:
“4060은 정체성과 시간을 동시에 소비하는 세대입니다. 단지 여가로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해석하고 재정립하는 도구로서 콘텐츠를 선택합니다.”
즉, 이들에게 문화란 기억과 감정, 정체성과 삶을 다시 쓰는 일이다.
요즘 트렌드는 짧고 강하다.
하지만 길고 깊은 감동은 누가 만드는가?
중장년층의 문화 소비는 ‘회상 + 성찰 + 감동’이라는 3박자를 통해
대한민국 문화의 또 다른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의미 있는 느림과 감정의 복원이다.
진짜 오래 남는 콘텐츠,
그것은 지금도 4060의 손끝에서 선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