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는 여전히 밤이 늦어야 아름다운 곳이다.
언제나 음악이 흐르고, 작은 극장들은 사라질 듯 있다가도 어느 날 문득 다시 빛난다.
지난 토요일, 홍대의 작은 소극장 무대 위에 타루(Taru)가 있었다.
타루는 대한민국의 싱어송 라이터로 원조 홍대여신으로 알려져 있고,
커피프린스 1호점의 OST인 <랄랄다, It's Love>나 베스킨라빈스 CM송으로 알려진 <사랑에 빠진 딸기> 등, 광고 CM송이나 드라마 OST로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특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나와 유명한 '문자왔숑'이라는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 타루가 비오는 봄날 그녀의 익숙한 정원인 홍대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오래된 팬이라면 반가울 감성
봄날의 산책 같은 노래들,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어쿠스틱 선율.
그리고 오늘 그녀는 노래했다. 여전히 예쁜 노래로 1부를 시작했다.
<사랑에 빠진 딸기>, <여기서 끝내자>등 익숙한 넘버들이 충만하게 소극장을 가득 채웠다.
조금 더 낮아진 목소리.
조금 더 길어진 간주.
조금 더 무거워진 공기.
타루는 말했다.
"사실 우리… 좀 힘들잖아요."
삶은 언제나 아름답기만 하진 않으니까.
그녀의 2부는 본인은 스스로를 '흑화'라고 칭했지만,
사실은'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는 마음'에 관한 노래였다.
사회적 불안, 개인의 상처, 관계의 틈
그걸 꼭 말로 하지 않아도, 그녀의 목소리가 이미 다 들려주었다.
홍대 소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진짜 힘은 어쩌면 그런 순간에 있다.
큰 무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고백의 온도.
조금은 숨기고 싶은 마음까지 꺼낼 수 있는 가까운 거리감.
경기장에서 하는 큰 콘서트가 쇼라면 타루의 소극장 콘서트는 에세이였다.
장르가 완전히 달랐다.
그래서 관객들은 타루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티켓 예매 데이터가 흥미로웠다.
타루의 이번 공연, 티켓 예매 연령 1위는 '30~40대'였다.
그리고 이어서 '50대' 관객 비율도 높은 편.
한때 홍대 문화의 주인공이었던 20대 대신
지금은 30대, 40대가 많이 소극장에 들어서고 있다.
그들이 이제 이 무대의 노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세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사랑이 아니라,
살아낸 시간 속에서 더 깊어진 마음이 필요할 때.
누구보다 조용히 울고, 조용히 위로 받고 싶은 나이.
그건 또 하나의 '문화의 성장'이다.
젊은 날엔 클럽과 페스티벌이었다면,
경험과 시간이 축적된 나이가 되었을 때의 문화생활은 이제 소극장과 작은 콘서트다.
그건 어쩌면
'나를 위한 사적인 시간'을 가장 정성스럽게 소비하는 방식인지 모른다.
작은 극장, 작은 무대.
그래서 더 진심인 공간.
스탠딩 대신 좌석 공연을 고르고,
맥주 대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소음보다 목소리를 듣는 시간.
타루는 그 공간에 어울리는 뮤지션이다.
아름답지만 가볍지 않고,
상처 받았지만 여전히 노래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무대에 공감하는 40대와 50대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우리는 그걸 '복고'라고 부를 필요는 없다.
그건 '시간을 품은 문화'다.
삶을 더 오래 살아본 사람들이 즐기는 새로운 방식이다.
마무리하며
홍대의 밤은 여전히 젊다.
그러나 이제는 젊은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깨에 걸친 시간과 나이, 그리고 마음을 들고
조금은 천천히 걷는 사람들,
그들이 소극장으로, 작은 음악의 숲으로 돌아오고 있다.
타루의 노래처럼
조용히 위로 받고,
조용히 혼자가 아닌 느낌을 갖기 위해.
그게 바로 4050세대의 새로운 문화생활이다.
누구보다 오래, 더 깊게 음악을 듣는 세대.
그들이 지금 홍대 소극장의 가장 중요한 관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