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추석 용돈, 얼마가 적당할까?... 세대별·상황별로 나누는 적정 금액 가이드
  • 한우정 라이프 스타일 전문기자
  • 등록 2025-10-02 09:12:21
기사수정
  • “조카는 얼마, 부모님은 얼마?” 추석 용돈 기준의 모든 것
  • 금액보다 마음? 추석 용돈 고민을 풀어줄 합리적 원칙

추석 용돈, 얼마가 ‘적당’인가


명절의 기쁨과 계산의 순간

추석은 모이는 명절이지만, 지갑을 여는 순간마다 마음속에서는 조용한 셈법이 시작된다. 아이·조카에게는 얼마,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에게는 어느 정도, 부모님께는 어느 수준이 적절한가. “너무 적지도, 과하지도 않게”라는 기준은 막연하다. 결국 금액은 관계와 형편, 시대의 물가라는 세 변수의 교차점에서 결정된다. 이 기사에서는 숫자를 고집하기보다,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 원칙과 현실적 범위를 제시한다.


‘나이·관계·상황’의 3요소 공식을 세워라

용돈은 상대의 나이, 나와의 관계, 그리고 올해의 상황(가계 형편·물가·실직·결혼·출산 등)으로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같은 초등학생이라도 집안에 조카가 셋이면 1인당 금액을 낮추어 형평을 맞추고, 반대로 외동 조카라면 상한선을 조금 높일 수 있다. 부모님 용돈은 생활비 성격이 강해 일회성보다는 정기성(매달·분기)으로 나누면 부담이 줄고 체감 가치는 커진다.


연령·관계별 ‘안전 구간’을 먼저 정하라

가족 합의가 없다면 다음과 같은 안전 구간부터 출발하면 무리가 적다. 유치원·초등학생은 1만~3만 원, 중학생 3만~5만 원, 고등학생 5만~10만 원, 대학생은 10만 원 전후가 현실적이다. 사회초년생은 격려의 의미로 10만~20만 원, 결혼 전 성인은 20만 원 안팎에서 상황별 가감이 자연스럽다. 부모님·조부모님은 20만 원 이상이 일반적이지만, 명절 일시금보다 월 정기 송금이 효용이 높다. 이 범위는 절대규범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가족 수, 소득, 지역 물가에 따라 위·아래로 조정하면 된다.


가계의 상한선을 먼저 정하는 ‘역산법’

가장 실용적인 방법은 상한선부터 정하는 역산법이다. 일부 재무 상담가들은 가처분소득의 2~3%를 명절 용돈 총액 상한선으로 잡는 방식을 추천한다. 예컨대 가처분소득 300만 원 가구가 상한을 2.5%(7만5천 원)로 잡고, 조카 3명·부모님 2분·조부모 1분이라면, 아이들은 안전 구간 하단에, 부모님은 상단에 배분하는 식이다. 이때 형평성의 원칙을 미리 공유하면 명절 뒤 섭섭함을 줄일 수 있다. “올해는 모두에게 봉투 디자인과 금액대를 통일한다” 같은 합의가 의외로 큰 효과를 낸다.


명절 지출이 남긴 스트레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024년 추석 직전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용돈·현금 지출”을 명절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으로 꼽았다. 설문 응답에는 “주고는 싶지만 물가와 대출 이자로 지갑이 얇아졌다”, “액수가 줄어들까 봐 조카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는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실제로 ‘명절 빈곤’이라는 말이 나온 지도 이미 오래다.


‘현금+한 줄 메시지’가 남긴다

현금은 금액이 남고, 선물은 취향이 남는다. 두 세계의 장점을 합치려면 현금+짧은 손글씨가 좋다. “올해는 네 선택을 응원해”, “건강검진 잘 다녀오세요” 같은 한 줄이 봉투의 무게를 바꾼다. 아이들에게는 현금 대신 저축통장·적립형 기프트카드로 “목표를 정해 모으는 재미”를 알려주는 방식도 교육적이다. 주는 사람은 봉투 깔끔함·금액 일관성·말의 품격을, 받는 사람은 감사의 표현·공개 자랑 자제·형제간 비교 금지를 예법으로 삼으면 좋다.


세대 차이를 다루는 기술

기성세대는 “가정 형편을 먼저 보자”는 정서가 강하고, MZ세대는 “부담 없는 합리”를 선호한다. 양쪽 모두 타당하다. 그래서 명절 전 단체 대화방에서 대략의 금액대와 방식(현금·상품권·정기이체)을 합의하면 오해가 줄어든다. 특히 조부모님 용돈은 공동 분담이 유용하다. 형제들이 같은 금액을 나누어 드리거나, 한 사람은 현금, 다른 사람은 병원 동행·보험 점검 같은 서비스형 효도로 보완하는 모델이 갈등을 줄인다.


사례로 본 현실 조정

맞벌이 30대 부부는 “조카 넷에 부모님 둘”이라는 전형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때 아이들은 하단 구간(각 2만~3만 원)으로 통일하고, 부모님은 정기이체로 전환(월 10만 원×12개월)하면 명절 일시 폭탄을 피하면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반대로 외동에 조카 한 명인 40대라면 아이에게는 상단 구간(10만 원 근처)로 올리고, 부모님께는 명절 일시금 대신 건강검진·여행 등 구체 목적이 있는 선물 바우처를 곁들이면 체감 가치가 커진다.


지역·물가·가족 규모라는 ‘변수’

대도시는 물가가 높아 안전 구간의 상단으로, 중소도시는 중·하단으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가족 규모가 클수록 1인당 금액을 낮추되 형평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 가정은 “첫째·둘째 차등”을 두기도 하지만, 명절처럼 모두가 모이는 자리에선 차등의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차라리 횟수를 줄이고 금액을 통일하는 편이 깔끔하다.


대안: 현금만이 답은 아니다

명절이 ‘지출 스트레스’로 변질될 때는 대안을 섞자. 문화상품권·교통카드·도서카드처럼 실용도가 높은 바우처, 현금+소소한 선물(손수건·홍삼 스틱·양말), 경험 선물(전시·공연 티켓)은 부담을 덜고 기억을 남긴다. 부모님에게는 정기적 생활 서비스(정리 수납, 병원 동행, 스마트폰 교체 세팅) 같은 ‘시간형 선물’이 현금 이상의 만족을 준다.


체크리스트: 마지막에 다시 묻자

올해의 소득과 고정지출은 안정적인가. 가족 인원·연령대는 변했는가. 형제 간 협의는 끝났는가. 봉투·메시지·송금 방식은 통일했는가. 아이에게는 “왜 받는지, 어떻게 쓸지”를 대화했는가. 이 다섯 가지에 고개가 끄덕여지면, 이미 ‘적당한’에 가까워졌다.


금액보다 ‘원칙’이 오래간다

추석 용돈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관리의 기술에 가깝다. 안전 구간에서 출발해 가계 상한으로 역산하고, 형평과 예법을 지키며, 정기와 일시를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네 가지 원칙만 지키면 숫자에 대한 불안은 줄어든다. 봉투를 건네는 손끝이 가벼워지는 순간, ‘적당함’은 이미 달성된 셈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는 돈보다 마음이 더 오래 남는다. 금액은 내년에도 잊히지만, 그 해의 배려는 오랫동안 가족의 기억 속에 남는다.

1
홈플러스 부동산
쿠팡 파트너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