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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연의 AI시대 한국문화 읽기》추석 '보름달'이 AI시대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
  • 천수연 문화 전문 칼럼리스트
  • 등록 2025-10-03 02:38:21
  • 수정 2025-10-03 03: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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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보름달 아래, 작은 두 손에 담긴 소원 


추석은 음력 8월 15일, 한자로는 ‘추석(秋夕)’, 곧 가을 저녁을 뜻하고, 순우리말로는 ‘가을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으로 ‘한가위’라고도 불린다. 가을의 한가운데 지내는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이다. 오곡이 무르익고 곡식과 과일이 가장 풍성한 시기를 가리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윗날(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을 전했다. 이만큼 넉넉한 때가 다시 없으니, 늘 오늘처럼 풍성하고 만족스럽기를 바란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추석은 본래 농경 사회에서 수확에 감사하는 명절이었다. 햇곡식과 햇과일을 조상께 바치며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올리고, 햇곡식으로 빚은 송편을 나누며 세대와 세대를 이어왔다.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고, 마을 사람들과 강강술래나 씨름 같은 놀이를 즐기며 공동체의 끈을 단단히 묶는 시간이기도 했다. 또한 추석에 동그란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전통은 자연이 주는 은혜에 대한 감사와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을 담은 풍습이었다.



추석 성묘, 조상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  


예전에는 추석이 되면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전국이 들썩였다. 고속도로마다 차들이 줄지어 서고, 기차역과 터미널에는 인파가 몰렸다. 그래서 이 풍경을 가리켜 사람들은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렀다. 그러나 요즘은 긴 연휴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이 붐비는 풍경이 더 익숙하다. 한때 추석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민족의 대이동’이라는 말도 점차 희미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추석을 기다리고, 지켜내고 있다. 추석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의미를 간직한 전통 명절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우리는 스마트폰과 SNS 덕분에 언제든 안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만큼 만남의 특별함은 옅어졌다. 화면 속 얼굴은 체온을 대신하지 못하고, 쌓이는 글과 사진은 웃음소리와 눈빛을 대체하지 못한다. 빠른 연결은 가능해졌지만, 깊은 교감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명절이라는 시간을 통해 여전히 함께 하려 한다.


그것은 명절의 의무라서가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시간을 나누는 그 순간이 우리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송편을 함께 빚으며 이어가는 대화, 성묘 길에 나란히 걷는 발자국, 가을 밤 하늘의 보름달을 바라보며 마주하는 고요한 순간—이 모든 것은 디지털 기기로는 대신할 수 없는 경이다. 


AI 시대의 추석은 초연결의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춤’의 시간을 선물한다.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세상을 뒤로하고, 명절 연휴만큼은 얼굴을 맞대며 사람 냄새를 느끼는 시간을 가져보자. 많이 가지는 것보다 함께 나누는 것, 빨리 연결되는 것보다 깊이 마주하는 것, 편리함보다 마음의 평온을 되찾는 것 이것이야말로 AI 시대의 추석이 전하는 메시지다.


기술은 발전하고 소통의 방식은 변하지만 추석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가치는 변함없다. 

충분함을 알고 이에 감사하는 마음, 함께 나누는 기쁨,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추석을 기다린다. AI 시대일수록 추석은 더 소중한 명절이다.

디지털 공간이 아닌 함께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추석을 통해 전통의 의미를 지켜나가고 있다.



둥근 달빛 아래, 감사와 희망을 품은 추석의 밤

이번 추석,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오늘의 삶에 감사하고 내일의 희망을 함께 새겨보자.

옛사람들은 이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기를.”



글: 천수연(서울사이버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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