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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복귀 증후군... 긴 연휴 끝,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
  • 한우정 라이프 스타일 전문기자
  • 등록 2025-10-09 10:2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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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었는데 더 피곤하다”… 연휴 후유증, 어떻게 극복할까
  • 명절 후유증 줄이는 3단계 리듬 회복법

긴 연휴 끝,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



“쉼의 끝은 다시 시작이다”… 마음이 먼저 출근해야 일상이 돌아온다

추석을 포함한 황금연휴가 지나고, 다시 알람 소리가 울리는 아침.
출근길 지하철 안에는 멍한 표정의 사람들이 가득하다. 휴식이 끝났지만 몸은 여전히 무겁고, 마음은 아직 ‘연휴 모드’에 남아 있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를 흔히 ‘현실 복귀 증후군(post-holiday blues)’이라고 부른다.

연휴는 분명 쉬는 시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생활 리듬이 흐트러지고, 신체적·정신적 피로가 누적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명절 연휴는 가족 행사가 중심이기 때문에 진정한 ‘휴식’이라기보다 ‘사회적 의무의 시간’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연휴가 끝난 뒤에는 “쉬었는데도 더 피곤하다”는 아이러니가 나타난다.


■ 생체리듬이 깨지고, 심리적 ‘리셋’이 어려워진다

연휴 동안 늦잠, 폭식, 음주, 불규칙한 생활 패턴이 반복되면 생체리듬이 어긋난다. 여기에 귀성길 피로와 정서적 긴장까지 겹치면 회복 속도가 더뎌진다.
의학계는 이를 ‘생활 리듬 불균형 증후군’의 일종으로 본다. 한국수면학회는 “연휴 이후 급격한 생활 패턴 변화는 수면 질 저하와 피로감, 집중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다. 또한 명절 전후에는 소화기 질환과 경증 응급 내원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휴식’이 ‘스트레스’로 바뀌는 것이다.


■ “몸보다 마음이 먼저 출근해야 한다”

심리학자들은 연휴 직후 무기력감의 핵심을 ‘인지 전환의 실패’로 본다. 즉, 뇌는 아직 여전히 휴식 모드인데 현실은 일상으로 돌아와 있어 두 상태가 엇박자를 내는 것이다.
이전에 긴 연휴를 끝내고 업무를 시작했던 경험을 한 직장인 A씨(34)는 “출근 첫날 컴퓨터를 켜도 집중이 안 되고, 마음은 아직 여행 중인 느낌이었다”며 “퇴근 후에도 계속 멍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억지로 속도를 올리기보다, 천천히 ‘심리적 워밍업’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휴 직후에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하루아침에 완벽하게 이루려 하지 말고, 마음이 따라올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일상 복귀를 위한 3단계 루틴


① 수면 리듬 회복

가장 기본은 일정한 기상 시간이다. 늦잠을 줄이고, 낮잠을 자제하며, 기상 직후 밝은 햇빛을 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수면의학 연구에 따르면 기상 후 수분~수십 분간 자연광에 노출되면 생체시계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각성이 촉진된다.


② 식습관 리셋

연휴 기간 잦은 회식과 기름진 음식으로 소화기관이 부담을 받는다. 갑작스러운 단식이나 과도한 다이어트보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침에는 따뜻한 물 한 컵으로 위를 깨우고, 점심엔 단백질 중심 식단, 저녁에는 가벼운 식사를 권장한다. 명절 음식 잔여분을 억지로 비우기보다 ‘정상 리듬 회복’을 목표로 삼는 게 좋다.


③ 마음 리셋

업무 복귀 첫날부터 모든 일을 처리하려 하면 오히려 피로가 가중된다. 책상 정리, 일정 확인, 메일함 정리처럼 작은 루틴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소소한 성취’가 자존감과 집중력을 회복시키는 첫걸음이라 본다. “오늘 알람을 제시간에 끈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해도 충분하다.


■ 기업들도 ‘복귀 적응 주간’ 도입 움직임

최근 일부 기업들은 연휴 직후 직원들의 피로도를 고려해 ‘리셋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한 IT업체는 연휴 다음 주 월요일을 ‘슬로우 먼데이(Slow Monday)’로 지정해 오전 회의를 최소화했다. 또 다른 기업은 팀별로 ‘리커넥트 세션(Reconnect Session)’을 진행해 연휴 중 경험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일상 감각을 회복하도록 돕는다.

이런 제도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인사·조직 컨설팅 업계에 따르면 연휴 직후 일주일간 업무 효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며, 복귀 프로그램을 도입한 기업의 경우 업무 집중력 회복이 더 빠른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공공부문에서도 유연근무나 재택 선택제를 통해 복귀 스트레스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휴가나 연휴 이후의 생산성 공백을 완화하기 위해 일·생활 균형 제도 확산을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 ‘연휴와 일상’을 연결하는 기술

연휴의 목적이 단순한 쉼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충전’이라면, 진짜 회복은 일상 속에서 완성된다. 하루 종일 버티는 대신 하루에 5분이라도 ‘나를 위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짧은 산책, 퇴근길 음악, 아침 스트레칭, 혹은 커피 한 잔의 여유—이 작은 쉼이 연휴의 여운을 일상 속으로 이어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쉼과 일상을 분리하지 말고, 작은 휴식을 생활 속에 배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루 24시간 중 1%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쓰면, 긴 연휴의 효과를 매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연휴가 끝났다고 휴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연휴가 끝나면 우리는 늘 같은 말을 한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하지만 시작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잠시 멈추고 호흡을 고르는 것도 시작이다.

긴 연휴는 끝났지만, 그 시간 속에서 배운 ‘쉼의 감각’을 잃지 않는다면 일상은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일상은 늘 우리 곁에 있고, 그 안에 쉼을 심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우리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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